물에 잠긴 냉장고보다 더 위험한 건 식탁 위의 방심입니다.
폭우와 집중호우는 단지 우리의 일상을 물리적으로 위협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이후 식탁 위 안전까지 침범하는 재난입니다. 최근 기상이변으로 인한 갑작스러운 호우 피해가 빈번하게 발생하면서, 도로와 건물 침수는 물론 식재료 오염과 식중독 위험도 빠르게 높아지고 있습니다. 특히 여름철 고온다습한 기온은 세균의 번식 속도를 기하급수적으로 높이며, 감염병과 함께 식중독 위험도 함께 증가합니다.
이에 따라 질병관리청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집중호우 이후 식재료 보관 및 식품위생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오염된 물이 닿은 식재료는 전량 폐기하는 것이 원칙이며, 침수된 주방과 조리기구의 살균소독도 필수로 권장됩니다. 이는 가정뿐 아니라 식당, 복지시설, 어린이집, 요양시설 등 모든 식사 제공 공간에도 해당되는 문제입니다.
단순히 배고픔을 채우기 위한 식사가 아니라, 건강을 지키기 위한 '생존의 끼니'를 위해 폭우 이후의 식품안전 관리법을 지금부터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1 – “침수된 식재료는 무조건 폐기!” 식중독 위험, 한순간의 방심에서 시작된다
폭우가 지나간 뒤 가장 먼저 점검해야 할 것은 다름 아닌 주방입니다. 특히 침수된 가정에서는 냉장고가 정전되거나 침수로 인해 내부 식재료가 상온에 장시간 노출된 경우가 많습니다. 이때 냉동실의 고기류, 생선류, 즉석식품, 유제품 등은 모두 식중독균의 번식 위험이 있는 고위험 식재료이므로 섭취하지 않고 폐기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특히 정전 후 문이 열린 채로 있던 냉장고, 전원이 차단된 채 4시간 이상 지나버린 냉장고의 식품은 ‘언제 정전됐는지 확실치 않다면 전량 폐기’가 안전합니다. 만약 냉동식품이 일부 해동됐다 하더라도, 겉보기에는 멀쩡해 보여도 이미 식중독균이 번식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한 물에 젖은 곡물류, 통조림이라도 패킹이 손상된 경우, 그리고 유통기한이 지난 가공식품 등도 반드시 버려야 하며, 특히 진공포장 식품의 경우 팽창돼 있거나 변색, 변취가 느껴진다면 즉시 폐기해야 합니다.
2 – 주방도 대청소가 필요하다: 조리기구·식기류 살균소독 요령
식재료뿐 아니라 주방 기기와 식기류의 위생관리도 폭우 이후에는 필수적인 조치입니다. 침수된 부엌이나 주방의 싱크대, 조리대, 칼, 도마, 식기류 등은 모두 세균 감염의 위험에 노출돼 있습니다. 이때 단순히 물로 닦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며, 락스(차아염소산나트륨)를 희석한 소독용액을 이용해 살균소독하는 것이 가장 안전합니다.
희석 비율은 락스 1에 물 100의 비율(0.05% 희석액)로 만들고, 조리기구나 식기류는 10분 이상 담갔다가 깨끗한 물로 2~3회 이상 헹군 후 건조시키는 것이 좋습니다. 도마나 칼은 교차 오염이 발생하기 쉬운 도구이므로 소독 후 햇볕에 말리거나 전용 열탕 소독을 병행하는 것이 권장됩니다.
싱크대 배수구나 하수구 주변도 곰팡이와 세균이 번식하기 쉬운 공간이므로 락스 또는 살균소독제를 이용해 철저하게 관리해야 합니다. 또한, 음식물 쓰레기통도 평소보다 더 자주 비우고, 살균제를 뿌리거나 뚜껑을 닫은 채 외부에 노출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합니다.
3 – 외식보다 더 위험한 가정식? 생식, 조리 미흡한 음식은 특히 주의
집에서 조리한다고 모두 안전한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침수 이후 조리환경이 완전하게 복구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외식보다 가정식이 더 위험할 수 있습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조리기구의 소독, 손씻기 등 기본 위생수칙을 지키지 않으면 오염된 환경에서 요리한 음식이 대규모 식중독을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특히 고기, 해산물, 계란 등은 반드시 내부까지 완전히 익혀 섭취해야 하며, 반숙이나 생식을 피해야 합니다. 김치류나 나물류, 무침류 등도 반드시 손질과정에서 오염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하며, 식초나 마늘로 무침을 한다고 해서 살균이 완벽히 되는 것은 아닙니다. 남은 음식은 2시간 이내 냉장보관하고, 재가열 시에는 반드시 끓을 때까지 열을 가해야 합니다.
또한 요리 중 사용한 행주, 수세미, 걸레 등은 세균의 온상이 될 수 있으므로 자주 교체하거나 열탕소독 또는 락스 소독을 병행하는 것이 좋습니다. 주방에서 사용하는 행주는 물기를 짜내어 바싹 말리는 것이 중요하며, 수세미는 전자레인지에 물에 적신 채 1분간 돌려 소독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4 – 식중독 의심 증상, 이렇게 대응하자: 병원보다 빠른 조치가 생명을 지킨다
식중독은 대부분 오염된 물이나 식품으로부터 시작되며, 증상은 구토, 설사, 복통, 발열로 나타납니다. 일반적인 식중독은 대개 24~72시간 내 증상이 나타나며, 가벼운 경우 수분보충만으로 회복되지만, 노인·영유아·임산부·기저질환자의 경우 빠르게 악화될 수 있습니다.
첫 증상이 나타났을 때는 탈수 증상을 막기 위해 소량씩 자주 물이나 이온음료를 마시는 것이 중요합니다. 의심되는 음식을 모두 폐기하고, 증상이 심하거나 열이 계속될 경우 지체하지 말고 병원을 방문해야 합니다. 특히 혈변, 구토 중 피가 섞여 있는 경우, 심한 복통이 동반되는 경우는 반드시 즉시 의료기관을 찾아야 합니다.
또한 보건소나 관할 지자체에 신고함으로써 추가적인 확산을 막는 것도 중요한 시민의 의무입니다. 감염병 예방은 개인의 위생에서 시작되지만, 확산을 막는 것은 사회 전체의 연대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마무리 – 식탁 위 생존 수칙, 폭우 이후엔 더 엄격해져야 한다
우리는 폭우가 모든 것을 쓸고 지나간 후에도 식탁 앞에서는 여전히 생존을 선택해야 합니다. 보이지 않는 세균은 침수된 물 한 방울, 상온에 노출된 식재료 한 조각에서도 증식할 수 있으며, 이는 가족 전체의 건강을 위협할 수 있습니다.
건강을 지키기 위한 위생수칙은 단지 권고가 아니라, 실천해야 할 생존의 매뉴얼입니다. 집중호우 이후에는 음식 하나, 식재료 하나에도 신중함이 요구되며, 오염된 것은 과감하게 버리고, 의심되는 증상은 빠르게 대응해야 합니다. 단 한 끼의 식사도 방심 없이 안전하게 준비하고 먹는 것이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실질적인 재난 대처입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질병관리청, 지자체 보건소의 정보와 지침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먹는 것’부터 지키는 복구의 첫 단계를 시작해봅시다. 피해는 막을 수 없지만, 2차 피해는 막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오늘 여러분의 식탁 위에서 시작됩니다.